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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표현된 하나님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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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몸의 일부분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 손을 통하여 외부세계를 느낄 수 있고 우리 내면의 생각과 감정 등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가 있다. 한 부분이면서도 또한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손동작은 음악의 하모니를 이루어내는 명령어이자 아름다움 그 자체이며, 마임을 하는 연기자의 손은 의미의 직접적인 전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 두 작품에서의 손은 이러한 여러 의미를 넘어선 깊은 영혼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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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레히트 뒤러, 기도하는 손, 1508년,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
독일의 화가이면서 북유럽의 르네상스 미술을 연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는 뛰어난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로 명성이 높다. 그의 많은 걸작 중에서 이색적인 작품이 왼쪽의 <기도하는 손> 이다. 단지 두 손만 그렸지만 무언가 진지하고 숙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화가를 꿈꾸던 동네의 두 친구가 같이 상의하기를 한사람이 그림공부를 할 때 다른 사람은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도와주기로 하였고 동전 던지기로 그것을 정하였다는 것이다. 마침 뒤러가 이겨 그는 그림 공부를 하였으며 친구는 탄광에서 일을 하며 그를 도왔다. 몇 년 후에 뒤러가 친구를 다시 찾았을 때 그 친구가 뒤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이에 감동한 뒤러가 그 친구의 손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기도하는 두 손이야말로 아무리 내기를 하였다고는 하나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약속을 지키며 친구를 위해 기도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도하는 가늘고 긴 손가락에서 타고난 재능과 섬세함을 느낄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의 거친 마디 하나하나에서 그 동안의 고된 일상이 전해진다. 자신을 희생하며 남을 위해 기도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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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모,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요, 1983년, 개인 소장
현대 한국의 조각가인 홍순모의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요>는 예수님의 못 박힌 손의 모습을 조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투박한 토속적인 거침 속에서 깊은 인간미와 한국적인 친근함을 드러내는 기독교적 주제의 작품을 많이 다루고 있다. 이 예수님의 거칠고 투박한 못 박힌 손에서도 우리를 위해 참혹한 십자가의 질곡을 감내하신 예수님의 희생과 무한한 사랑이 진하게 표현되어 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희생제물이 되어 죽으신 그 깊은 사랑이 이 거친 손을 통해 강하게 다가온다.
홍순모의 작품 중에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모습이나, 고통을 극복하며 일상을 무던히 인고하며 달관한 듯 지내는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들도 표현되고 있는데 이들에서도 이 손의 표현과 같은 영혼의 울림이 강하게 전해진다. 우둔하고 미련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작가는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인간이 아닌 예수님의 사랑을 나누는 이타적이며 희생적인 사람이 되기를 희구하는 것이라 느껴진다.
여기 예수님의 손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면 뒤러의 작품은 이웃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한 자만이, 일만 달란트의 갚을 수 없는 크나큰 빚을 탕감 받은 그 은혜만이 우리의 마음과 시선과 손과 발을 이웃을 향해 나아가게 할 수가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한정희 교수(홍익대 미술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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